＂가마솥 윤내는데는 말이야＂

시골에서 `인심`이라는 단어도, 예전에 기계가 없었을때의 말이지요. 요즈음 기계가 사람 몇십곱의 일을 대신하니, 마을이라야 주거의 역할을 전담할 뿐이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기능을 하지는 못합니다.

지난해 빈집으로 이사왔을때, 누군가 아궁이의 녹슨 가마솥까지 떼어갔지요. (빈집이었을때는 가만히 있다가 누가 이사온다고 하자, 가져 갔습니다)

저희도 할수 없이, 수소문 끝에, 빈집에 있는 녹슨 가마솥을 떼어왔습니다.


그렇게 일년 정도 사용하다 보니, 자꾸 열이 가해져서 그런지 녹이 더 심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기억속의 부엌가마솥은 반질반질 윤이 났었던것 같은데 이건 밖에서 음식은 안하고, 물만 끓여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요.

그런데 할머니 한분이 돈 안들이고, 반질반질 윤이나게 하는 지혜를 빌려주셨습니다.

지혜를 빌려주는 `인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이런류의 지식전달을 `간섭` 또는 `참견`라고 하며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지만,
글쎄요...하여간에 " 돼지 비계로 문질러봐! " 하셨습니다.
그날 당장 돼지 비계를 정육점에서 구했습니다. (사려고 했는데 그냥 주셨습니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이 조금씩 데워지고, 김이 모락 모락 날 무렵 `돼지 비계`를 가마솥 뚜껑에 올리고, 쓱쓱 문지르니.... 놀랄 일 입니다. 그 녹슬고, 삭막하던 가마솥이, 광명단을 바른 항아리 만큼이나 반질 반질 윤이 났습니다.


옆에 있던 큰아이는, 자기도 해본다면서, 장갑을 끼고 돼지 비계를 잡고 문지르더니만, 2초도 안되어서 , 내려왔습니다.

`윽~~냄새야~~~` 소리를 지르고요.


그 다음날, 아침에 가마솥을 보니, 참 이쁘게 보였습니다.
`돼지 비계`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 가마솥 옆에 놔두었는데, 어제 저녁에 고양이 소리가 심하게 났습니다.
아마 고양이들이 즐거운 밤참으로 먹은 모양입니다.